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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프, 1:59:22 - 제대로 겪은 시행착오

빠르크의3분강좌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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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프, 1:59:22 — 목표는 놓쳤지만 시행착오는 제대로 겪었다

목표는 1:53:00이었다. 결과는 1:59:22.
sub-2는 지켰으니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솔직히 레이스 직후엔 "자만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다 때려치우고 걷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고, 실제로 몇 번 걸었다. 그런데 나중에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보니, "자만"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나왔다. 이 글은 그 시행착오를 정리한 기록이다.


먼저, 스플릿

1~65:25~5:34149~161
7~95:12~5:15166~167
10~135:14~5:28164~171
14~165:36~5:40167~168
17~206:06→7:04161~165
216:28165

전반 5km 평균 5:28, 후반 5km 평균 6:32. km당 64초 차이다. 그래프로 보면 절벽처럼 뚝 떨어진다.
 

시행착오 1 —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끝내자"는 계획이 오히려 독이었다

워치의 페이스 설정을 직접 짰다. 초반 5:44, 후반 5:01 — 43초/km를 당기는 네거티브 스플릿. 충주 마라톤에서 초반에 오버페이스로 무너진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천천히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빠르게"로 설계한 거였다.
의도는 좋았는데 숫자가 너무 공격적이었다. 출발선에서 5:44는 몸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느렸고, 결국 1km부터 계획이 깨졌다. 그러다 보니 시계는 10km 지점에서 "계획보다 1분 47초 빠름"이라고 표시했는데, 사실 이븐 페이스(5:21) 기준으로는 오히려 12초 뒤처진 상태였다. 시계가 계속 "여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 셈이다.
→ 다음엔 전후반 차이 10~15초/km 이내로. 43초는 계획이 아니라 사고였다.

시행착오 2 — 전날 저녁을 걸렀다

레이스 전날, 두통에 새벽 5시 기상 스케줄까지 겹쳐서 저녁을 거의 못 먹었다. 아침엔 약밥·바나나·찹쌀떡으로 채웠지만, 그건 밤새 빠진 간 글리코겐을 복구한 거지 근육 글리코겐 저장고를 채운 게 아니었다.
근육 글리코겐은 24~36시간에 걸쳐 채워진다. 하루 한 끼로는 어림도 없다. 17km(96분) 지점부터 무너진 게 딱 글리코겐 고갈의 전형적인 타이밍이었다. 재밌는 건 그 지점부터 파워는 뚝 떨어지는데 심박도 같이 내려갔다는 것 — 심장은 멀쩡한데 다리에 넣을 연료가 없었다는 뜻이다. 근육통이 아니라 "힘이 안 들어가는" 느낌이었던 것도 정확히 이 패턴과 맞아떨어진다.
→ 다음엔 D-2부터 탄수화물 넉넉히. D-1 저녁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르지 않기. 안 넘어가면 최소한 이온음료·주스로라도.

시행착오 3 — 연료 보급이 39분 비어 있었다

젤은 출발 15분 전, 7km, 14km — 총 3개. 14km 이후 골인까지 39분간 무보급이었다. 하필 가장 필요한 마지막 구간이 비어 있었던 셈. 시간당 탄수 섭취량으로 계산하면 약 37g/hr — 권장치(60~90g/hr)의 절반도 안 됐다.
급수는 2.5km마다 빠짐없이 들렀는데, 이온음료는 단 1회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맹물이었다. 2시간 동안 땀으로 빠진 수분이 대략 2~2.6L인데, 실제 섭취량은 절반 남짓. 게다가 나트륨 보충이 거의 없다 보니 17km 이후 "목이 심하게 타는" 느낌이 심해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 다음엔 30

35분 간격으로 젤 4

5개, 18km 지점 젤 추가. 급수는 이온음료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시행착오 4 — 레이스 페이스로 오래 달려본 적이 없었다

이게 사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여름 훈련 기록을 다 뒤져보니, 5:30/km 안쪽 페이스로 뛰어본 최장 거리가 8km였다. 21km급 장거리는 여러 번 했지만 전부 6:25/km 안팎의 조깅 강도였다.
목표 페이스(5:21)를 유지하며 21km를 뛰는 건 처음이었던 거다. 반환점(10.5km) 지점에서 이미 심박이 168(개인 LTHR)에 닿아 있었는데, 그건 남은 절반을 버틸 여유가 그 시점에 이미 없었다는 뜻이었다.
→ 이게 가장 오래 걸릴 숙제. 레이스 페이스 롱런을 8km → 14km까지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게 다음 훈련 사이클의 핵심이 됐다.

시행착오 5 — 테이퍼 전에 이미 지쳐 있었다

의도적인 테이퍼는 레이스 9일 전부터였고, 그 자체는 정상 범위였다. 문제는 그 전, 8월 중순쯤 서울 출장을 다녀온 날 밤 수면이 3시간 46분까지 무너진 적이 있었다는 것. 그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로 며칠 뒤 마지막 장거리(21km)를 뛰었고, 그 세션 후엔 회복에 거의 이틀이 걸렸다. 이후로 수면의 질이 계속 조금씩 나빠지면서, 정작 몸이 가장 잘 준비돼 있어야 할 시기에 은근한 피로가 계속 쌓여 있었다.
→ 다음엔 출장·여행 전후로는 장거리·고강도 세션을 아예 배치하지 않기로.

그래도 건진 것

19.5km 지점에서 55초쯤 걸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1km에서 페이스를 37초 당겼다. 케이던스도 164에서 175로 돌아왔다. 연료가 완전히 바닥난 몸으로 다시 뛰기 시작한 거다.
레이스는 보통 가장 빨랐던 구간으로 기억되지만, 사실 뭔가 배우는 건 대체로 가장 힘들었던 구간 직후다. 이번 레이스에서 기록은 못 건졌어도, 그 1km는 건졌다.


다음 목표는 2027년 2월, 이번에 발견한 다섯 가지 구멍을 하나씩 메워가면서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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