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3개월 첫 하프마라톤 1시간 58분 완주
충주마라톤 하프 코스를 완주했습니다.
기록은 1시간 58분 13초.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얻은 성과라, 기쁘면서도 얼떨떨합니다.
러닝을 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막 시작했을 때의 제 상태와 비교해 보면 이번 완주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우중런, 생각보다 낭만이 있었습니다
대회 당일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우의를 준비하긴 했지만 너무 걸리적거려서 출발하자마자 벗어 버렸습니다.
처음 신발이 젖을 때는 싫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젖고 나니, 오히려 비가 잠깐 그칠 때 "왜 비가 안 오지" 싶을 만큼 마음이 바뀌더군요.
비가 오면 그만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중런의 낭만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만 우중 레이스를 앞두고 계신 분들께 두 가지를 권합니다.
- 여벌 옷을 미리 챙겨 레이스 직후 갈아입을 것
- 발을 편하게 해줄 여분의 신발 한 켤레를 더 준비할 것
비에 젖은 채로 레이스를 마치고 나면 체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작은 준비가 회복을 크게 좌우합니다.
가민 트레이닝 플랜, 느린 페이스가 기초가 되었습니다
준비 과정을 통해 많이 성장했습니다.
저는 가민 트레이닝 플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레이스 일정과 목표 시간을 입력하면 페이스를 자동으로 설정해 주고, 운동 가능한 요일을 지정하면 몸 상태에 맞춰 훈련 스케줄을 제시해 줍니다.
다만 목표 시간에 비해 연습 페이스가 느리게 제시되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목표대로면 적어도 5~6분대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데, 훈련은 계속 6분 이후 페이스로 시켰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느린 훈련이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프마라톤은 15km를 넘어가면 페이스가 자연스럽게 느려집니다. 기록을 봐도 그 지점부터 페이스가 무너졌습니다.
이때 평소 쌓아 둔 기초 체력으로 버텨야 합니다.
저는 기초 체력 훈련을 최대 6:00/km 페이스로 했는데, 레이스 후반에 페이스가 무너져도 이 6:00/km 내외는 지켜냈습니다.
왜 기초 체력 훈련이라고 부르는지, 연습할 때는 실감이 안 났습니다. 막상 대회에서 뛰어 보니 비로소 알겠더군요.
패착은 초반 오버페이스였습니다
레이스 운영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초반 오버페이스입니다.


대회를 위해 컨디션을 관리하니 몸이 가볍고, 당일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주변 사람들도 빠르게 달리니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올라갔습니다.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그대로 오버페이스로 갔고, 결국 후반에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가민의 페이스프로(PacePro) 기능을 쓰긴 했지만, 처음 사용하다 보니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레이스에서는 욕심을 누르고, 제시되는 페이스대로 차분하게 가려 합니다.
에너지젤은 미리 적응 훈련을 했습니다
하프마라톤에서는 에너지젤을 꼭 먹어야 한다고 들어, 연습 단계부터 적응 과정을 거쳤습니다.
처음에는 물 없이 먹었다가 속이 타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 뒤로는 반드시 물과 함께 섭취했습니다.
레이스 당일 운영은 이렇게 했습니다.
- 출발 전 1회 섭취
- 7km 지점 급수대 앞에서 젤을 먼저 먹고 물 보충
- 14km 지점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더
충주마라톤은 인심이 좋아 물을 가득 주셨습니다. 어떨 때는 코로 물이 들어갈 만큼 듬뿍 담아 주셔서, 사실 다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급수대에 있는 물을 모두 마시진 못했지만, 미리 챙겨간 에너지젤은 레이스 운영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익숙한 장비로 도전했습니다
레이스 당일, 아식스 메타런 싱글렛을 처음 착용했습니다.
평소 연습 때는 조금 부끄러워 입지 못했는데, 대회에서는 대부분 싱글렛을 입으니 어색한 시선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왜 싱글렛을 입는지 알겠더군요. 옷이 방해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러닝화는 평소 신던 아식스 노바블라스트5로 달렸습니다.
발을 편안하게 잡아 주니 하프 완주도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전할 때는 가장 익숙한 장비로 나서는 것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레이스를 향해
차기 대회 역시 하프마라톤입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를 조정하며, 기록을 한 발 더 단축해 보려 합니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제가 하프를 완주하리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3개월 전의 저와 결승선을 넘은 저 사이에는, 비에 젖어 가며 6분 페이스를 묵묵히 지켜낸 수많은 날들이 놓여 있습니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그 숫자를 만든 건 결국 버텨낸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결승선에서 또 어떤 제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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