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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케이던스 180, 꼭 맞춰야 할까?

빠르크의3분강좌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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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어느날 아침 러닝 이후

 

10.58km · 1:00:08 · 174spm · 145bpm


오늘 아침 10km를 넘기고 가민 워치 화면을 들여다봤다. 케이던스 174spm. 어딘가에서 읽었던 숫자가 머릿속을 스쳤다. "이상적인 케이던스는 180spm." 오늘 러닝은 실패한걸까?

러닝을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숫자가 있다. 바로 케이던스 180. 분당 발걸음 수가 180보 이상이어야 올바른 러닝이라는 이야기. 운동 앱이든, 유튜브든, 러닝 커뮤니티든 이 숫자는 마치 불문율처럼 반복된다.

그런데 이 숫자, 어디서 왔을까?


숫자의 출처

1984년 LA 올림픽. 스포츠 과학자 잭 다니엘스(Jack Daniels)는 상위권 마라토너들의 주법을 관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선수 대부분의 케이던스가 180spm을 넘어섰던 것.

이 관찰값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어느새 "모든 러너의 이상적인 케이던스"로 둔갑했다. 그런데 정작 잭 다니엘스 본인은 훗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건 엘리트 선수들의 관찰값이었을 뿐입니다. 모든 러너에게 적용할 보편적 기준이 아니에요."


맥락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서브-3 페이스로 달리는 선수와 6분대 페이스로 달리는 아마추어 러너의 보폭과 리듬이 같을 수는 없다. 속도가 다르면 케이던스도 다르다. 페이스가 빠를수록 보폭이 길어지고 발 교체도 빨라진다.

케이던스는 페이스의 결과물이지, 독립적으로 조작해야 할 목표값이 아니다.

물론 높은 케이던스가 가져오는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보폭이 작아지면 착지 충격이 줄고, 지면 접촉 시간이 짧아지면서 에너지 낭비가 적어진다. 실제로 케이던스를 높이는 것이 무릎이나 정강이 부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부상이 반복될 때 점검하는 교정 수단으로서의 이야기다. 멀쩡히 잘 달리고 있는 러너에게 "케이던스가 180이 안 되니까 고쳐야 해"라고 말하는 건 맥락을 잃은 조언이다.


아마추어 러너에게 케이던스란

일반 러너들의 평균 케이던스는 대략 160~170spm 수준이다. 오늘 내 케이던스 174spm은 오히려 평균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나는 한동안 이 숫자 앞에서 괜히 위축되어 있었다.

아마추어 러너에게 케이던스란, 솔직히 말하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지표다. 그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기
  • 심박수를 보며 적절한 강도 유지하기
  • 페이스를 조금씩 끌어올리기

이게 먼저 되면 케이던스는 알아서 따라온다.


러닝에는 유독 숫자에 대한 강박이 많다. 페이스, 심박수, 케이던스, 보폭… 데이터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숫자가 나를 달리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숫자를 활용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오늘도 내 리듬대로, 내 페이스대로 달렸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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