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국이 피었습니다

2025. 6. 23. 10:10슬기로운 생활 리뷰/일상을 카메라로 기록하다

요즘 산책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꽃이 있습니다. 수줍은 듯, 그러나 한껏 피어난 수국.

6월의 끝자락, 계절이 여름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이 시기에 수국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장맛비를 머금은 듯 촉촉하고, 때론 하늘빛처럼 맑고 푸르며, 때론 석양처럼 붉게 물들어 가는 꽃잎들. 같은 꽃인데도 이렇게나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는, 우리가 걷는 땅의 성질 때문이라니—산성 토양이면 파란빛으로, 알칼리성이면 분홍빛으로 피어난다는 사실이 어쩐지 사람 사는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수국은 가지 끝에 동그랗게 모여 핍니다. 마치 꽃들이 서로를 감싸 안듯 둥글게 피어난 모습은, 함께함의 따뜻함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수국은 늘 부드럽고 다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꽃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지금이 딱 그때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수국 축제가 열리거나 준비 중이니까요. 부산 태종대에서는 곧 ‘수국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이라 하니,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수국과 눈을 맞춰보는 것도 좋겠네요.

참, 수국은 물을 참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활짝 피어 있는 시기에는 흙이 마르지 않도록 정성껏 물을 주어야 해요. 그러면 수국은 당신의 손길을 기억하듯 더 오래, 더 풍성하게 피어 있을 거예요.

이 계절의 수국은, 그냥 피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마음 한켠도 함께 물들어 있었어요. 그렇게 오늘, 잠시 멈춰 바라본 꽃 하나가 하루를 다정하게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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